2021.01.15 17:50
공업고등학교이어서(나는 성동기계공업고등학교 정밀기계과 출신이다.) 학생들을 약간 거칠게 다루시는 선생님들도 있으셨지만 고2와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2년 동안 한 번도 역정을 내시거나 매를 드신 일이 없으셨다. 한참 사춘기 때의 우리들은 걸핏하면 권위에 도전하고 반항을 하였다. “나 같아도 열 받겠다...” 친구의 일탈을 보면서 선생님 얼굴을 살폈지만 약간 굳은 표정으로 훈계를 하시는 정도였다. “지금 잘 참고 선생님 말을 들으면 후회하지 않는다. 고생하시며 너희들 학교에 보내시는 부모님 생각해라. 지금 하고 싶은 것 하면 나중에 하고 싶은 것 못한다...” 이런 말씀으로 타이르셨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많은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고등학교 때의 그 J선생님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늘 활달하게 웃으시며 격려해주시던 모습은 나에게 자양분이 되어서 내 몸 구석구석에 저장되어있다.
졸업을 하고 모교에 찾아가니 별로 대단하지도, 똑똑하지도 않은 제자를 반기시며 자랑스레 처음 보는 선생님들께 소개를 하셨다. 군대에 가기 전에 다시 찾아뵙고 냉면을 사드렸다. 그때는 가진 것이 그것 뿐 이었다.
3년 전에 중국에 선교하러 가는 길에 한국에 들렀을 때 잠시 찾아뵈었다. 양평 어딘가에 큰 유리창 사이로 햇볕이 잘 들어오는 집에서 손수 커피를 타주셨다. 아픈 사모님과 노모님을 모시고 낙엽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은퇴 후의 삶을 살고 계셨다.
사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지 2년이 넘은 것 같다. 어머님은 어찌되셨는지 안부를 묻고 싶어도 그냥 잘 지내시겠지 라고 스스로 답을 한다. 다음에 한국에 가면 뵙고 오리라. “선생님!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양평 시내의 복음적인 교회에 다니세요. 하나님의 은혜로 노년을 보내세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2020년 10월 4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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