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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즈음에

2019.05.01 14:25

babo 조회 수:169

그곳은 서울의 동쪽 끝자락이라 그런지 아직 개발의 열풍이 도달하지 못한 곳이었다. 망우리 공동묘지가 가로막은 큰길 사이로 난 샛길은 또 다른 묘지인 태릉으로 구불구불 이어졌다.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K감리교회 뒤편으로 창문도 없는 지하 16평을 월세 9만원에 얻어 시작한 개척교회는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었지만 그래도 봄은 지하실의 냉기를 없애주러 문밖에 서성이고 있었다.


방과 후 집에 들어가도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아이들은 손바닥만 한 놀이터에서 부모님이 부를 때까지 책가방을 버려두고 놀고 있었다.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시켜도 경계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교회에 데려다가 숙제를 봐주고 어린이 찬송가도 가르쳐 주니 어느 덧 아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어떤 부모는 고맙다는 뜻으로 계란을 삶아 오기도 했다.


지하실은 갑갑증이 쉽게 생기는 공간이다. 기도와 성경공부, 설교 준비를 끝내도 아이들이 교회에 찾아오지 않는 이른 시간에는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선배 목사님이 타라고 주신 봉고차를 끌고 왕복 한 시간 거리인 태릉을 다녀왔다.


태릉에 가기 위해서는 먹골배로 유명한 과수원을 지나야 했다. 부활절 무렵의 배꽃은 배의 속살을 닮아서인지 유난히 희었다. 나지막한 산등성이는 눈보다 더 희게 부풀어 올랐다. 바라보는 것 자체가 가난한 개척교회 목사가 누리는 호사였다. 하지만 꽃망울은 흩날리다가도 금방 시들어 밑둥치에 옹기종기 붙어 가을에 열릴 과실을 보듬어 주었다.


그렇게 젊은 시절의 목회 시간을 보내고 이제 목사님은 젊어 보이세요...’라는 말이 약간 듣기 좋은 목회하기에 딱 좋은나이에 부활절을 또 한 번 맞이한다. 젊은 날에는 화려하게 휘날리고 싶었지만 이젠 밑둥치를 감싸는 의미를 배우고 싶다. 남의 주목을 받는 것도, 아름다운 것도 잠깐이라는 사실을 이제 약간 깨달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일까?


썩을 것으로 심고 썩지 않을 것으로 다시 사는 것, 약한 것으로 심고 강한 것으로 다시 사는 것이 부활이다. 배꽃도 떨어져야 소담스런 열매가 맺히는데, 이 썩을 육신과 허울뿐인 명예와 칭송을 부여잡고 있어봐야 무슨 열매를 맺겠는가? 다 버리고 다시 사는 것이 부활의 의미임을 다시금 묵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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