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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점심

2018.06.04 18:01

babo 조회 수:624

유독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이른바 젓가락 점심을 싸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똑똑하지만 가난한 아이들만 다닌다는 학교인 성동기계공업고등학교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도시락을 제대로 싸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나의 경우도 그러했다. 혹 실습을 하는 날이면 그래도 빵과 우유가 간식으로 지급 되어 허기를 면할 수 있었지만 학과공부를 하는 날은 쫄쫄 굶다보면 저녁에는 현지증이 나기도 했다. 도시락이 없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나가서 수돗물로 배를 채우곤 했으나 일부 아이들은 젓가락을 들고 다른 학생들의 도시락을 한입씩 가로채 먹었다. 그 애들은 부끄러움도, 미안한 기색도 없었다. 온 교실의 도시락은 다 자신의 것인 양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젓가락만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이 더 배불리 먹는 경우도 허다했다.


남의 것을 얻어먹는 것을 동냥이라고 한다. 어릴 적에 거지들은 각설이 타령이라도 해서 밥을 얻어먹는 것을 보았는데 젓가락 점심을 하는 아이들은 뭐 그리 기세등등한지 한입을 제공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싸움도 걸었으니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도 어쩌다 도시락을 싸 간 날, 자신의 것인 듯 나의 도시락에 손을 대는 친구에게 먹으려면 말이나 하고 먹으라.’고 했다가 주먹질을 당하고 곧 반격을 하여 싸우기도 했다.


젖먹이 어린아이가 아닌 이상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값을 지불하고 자기의 것으로 취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도를 행한 것이다. 교회에서는 은혜와 사랑을 강조하다보니 행함과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나는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이루어 놓은 것에 대한 혜택을 받는 것에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내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가급적 최소한만 하거나 교회를 옮겨가는 현상도 볼 수 있다. 그러니 믿음이 자라지 않고 늘 갓난아이의 신앙에 머물고 만다.


제자훈련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성경에 대한 지식만 함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털어서 남을 섬기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른바 동냥하려다가 추수(秋收) 못 보는사람이 없도록 키우는 일이다. 체격이 커진 만큼 마음도 커져야 인물이 되는 것이다. 제자훈련은 인물 만드는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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